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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지회 소식
    글) 故정명식 회장님을 회상하며 - 국제경영연구원장 여상환

    09-23

  • 공지

    추석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한낮의 날씨는 폭염의 맹위를 떨치고 있어서 조심 또 조심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함께 생각하고자 하는 분은 오늘의 포항제철이 있기까지 큰 발자취를 남겼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 감화를 주었던 한 분을 회상합니다. 

    그 이름 정명식 

    내용인 즉 누구나 나름대로 관계를 기억하고, 오랜동안의 역사를 통해서 그분의 인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밝혀지질 않았던 사실이고, 역사의 한 면을 획하는 사건에 해당하는 기록이었기에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면서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 함께 알고 있어야 할 사건 하나 ]


    여상환


    [정명식] 1931년 서울 출생. 1970년 2월 포스코 입사. 토건부장, 건설본부장(부사장), 사장, 부회장, 1993년 포스코 3대 회장 취임, 1993년 한국철강협회장, 1995년 포스텍 이사장 역임, 2014년 중우회 회장 역임


    그는 1971년 포항제철소 열연공장 건설이 지연되는 ‘열연비상’이 발생하자 ‘전사동원체제’를 가동해 공기를 만회했다. 

    2기 공사가 한창 벌어져서 전쟁터를 방불하게 됐을 적에 건설 인력들이 숫자상으로 맞는데 실제로 차등이 생겨서 차질이 생기고, 원인을 알 수 없이 공사가 지연되어 건설 비상이 떨어지게 되고, 부인들도 동원되어 헬멧을 쓰고 공사 자재를 리어카에 폐기물들을 싣고 나르던 글자 그대로의 전쟁터 시절이 있었지요. 이때 정명식 님이 건설본부장으로 건설 총괄지휘인데 공기가 지연되니 감당이 안 되어 건설 비상이었다. 임원회의가 전쟁 중 비상회의처럼 뜨게 되고, 일부 임원들은 각자의 책임과 임무가 따로 있는데도 건설본부 일을 거들어야 하는 형편이 되니 불평불만이 나오게 되고, 마침내 박태준 사장 진두지휘 하에 총력투쟁 위기 극복, 이를 위해서 회사의 온 에너지가 집중되던 시절이 있었다.

    해외 공사가 여기저기 벌어지니 자연스레 국내 인력도 그리 빠져나가는 경향이 많았고, 현대가 책임 구분을 감당하는데도 인력이 점점 줄어들게 되고, 숫자상의 인원과 실제로 동원된 인원이 차이가 났다. 그래서 일시에 비상을 걸어 모든 것을 중단하고 감시반을 투입해 인원을 확인해 본 결과 a공사 지역에 있던 인력을 b공사 지역을 점검하면 그리 빼돌려서 인원을 충당하고, c공사 지역의 점검에 들어가면 b공사 지역에 인력을 그곳으로 충당해서 숫자상으로는 다 충족되는 인원동원이 되는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 점검 결과 그와 같은 차질이 생겨서 큰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오후에 각 공사를 맡았던 협력업체, 공사 책임자, 사장단들도 다 참여시키는 비상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현대의 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가 제기가 되고 이것의 극복 방안, 공기를 맞출 수 없는 것이 명확한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십자질문과 추궁들이 있었다. 공사가 늦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때 임원회의에 참여했던 현대 책임자가 한참 사죄와 변명, 극복 방안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보고를 했다. 각 임원들은 건설 현장을 하나씩 맡아서 독려를 하면서 각자가 맡은 일들을 수행해야 되니까 글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하게 되고, 항시 전쟁의 분위기가 연출되고, 이것을 총괄 관리를 못하든 정명식 건설본부장에게도 비난의 의견이 나오게 되었다. 이것을 묵묵하게 듣고 있던 정명식 건설본부장은 ‘본인이 책임 맡고 있는 건설 분야 일로 인해서 다른 중역들에게까지도 부담을 주고 회사로서도 비상 처리를 하게 되는 결과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한 다음에 누구도 생각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조용하게 일어나면서 준비해 온 가죽 장갑을 가볍게 끼고 삼엄한 중역 회의가 진행되는 도중에 한 바퀴 돌아서 현대건설 현장 소장 앞으로 갔다.


    “현대가 여기 있는 책임자급 이하 이 사람들의 능력 부족과 책임 이행을 다 못한 결과로 인해서 모든 중역들에게 누를 미치게 되고 포스코의 큰 계획에 차질을 빚게 돼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제철 동지들을 기망을 하고 공사의 차질을 유발한 이 사람을 제가 응징을 하고자 합니다.”

    담담한 어조로 얘기하면서 가죽 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현대 책임소장의 턱을 정확하게 어퍼컷 가격을 하니 한 방에 ‘억’ 소리와 함께 쓰러지고 피가 나서 의료실장을 불러서 퇴장시킨 일이 있었다. 

    그때의 분위기나 상황으로 봐서 정명식 회장은 모든 것을 책임질 각오를 하고 사임까지도 결심을 하면서 비상한 방법으로 한 주먹을 날렸다. 이분이 서울공대 산악 부장부터 산악훈련에는 달인의 경지에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나 상당한 수준의 권투 수련을 한 솜씨가 아니고는 그와 같은 깨끗한 일격을 가하기는 어려웠을 터인데 모두가 놀랐고. 모두가 긴장했고, 심지어는 회의를 진행하던 청암도 얼굴색이 확 바뀌는 것을 보고 한동안 전체가 멘붕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더군다나 고 부사장은 안절부절못하고 가히 그 충격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였었다. 


    그때 순간적으로 정명식 본부장의 심정을 헤아려 봤다. 이분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겠다는 각오와 결단을 이런 식으로 결의표명을 한 것으로 보고 모두 놀랐다. 신사 중 신사이고, 국제신사로 정평이 있던 정명식 본부장에게서 그런 행동과 행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상상을 불허한다. 한동안 조용한 침묵이 흐르고 다시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내용이 겉도는 회의가 되어 비상 건설회의가 종료된 적이 있었다.이것이 밖으로 소문이 나서 중역 회의 중에 폭행 건이 있었다는 등 지역 신문에서 걸고넘어지는 행태가 있게 돼서 당시 홍보과장이던 이대공 사장이 동분서주했던 적이 있었다. 그 상황을 보면서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는 사나이의 결단을 보았다. 모든 책임을 안고 가고 장소가 어디든 단호하게 응징을 하고 넘어가겠다는 정명식 회장의 결단과 용기, 숙연한 바가 있었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자리가 어느 자리인데 공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어퍼컷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결단. 평소에 은인자중 하고 말씨도 사근사근 조용한 말투로 얘기를 시종 하는 정명식 회장의 또 다른 내공의 모습이 번듯한 사나이의 결단을 발휘하는 감동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일이 생기면 밤늦은 시간에라도 회사에 나와 점검하는 열성적인 분이었다. 오죽하면 사모님이 토목공학도는 사위로 삼지 않겠다는 푸념을 할 정도였는데 50이 넘은 아들을 갑작스럽게 잃는 참척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 후 명을 다하였다. 


    정 회장을 아는 많은 동지들은 유명을 달리해서 이미 떠나가셨으나 그 어른의 내공이 어느 정도였던가를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의 하나였기에 옛 기억을 더듬어서 여기에 올립니다. 


    삼가 영면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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